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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난 금메달 아니면 취급 안 해. 01

유지하는 것도 잘한 거야


- 아니 이게 무슨 일이죠. 전정국 선수, 전정국 선수입니다!

전국 육상 선수권 대회.

- 오늘 역대 최단 기록을 만드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그동안의 노력의 결실을 맺아 좋은 경기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선수분들도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첫 금메달.

- 수고했다.
- 코치님도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어요.


경기 시작 전보다도 더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귀에 대고 기계음을 끝으로 지민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어디에요?’

‘나 공항.’

‘지금 거기로 갈게요.’

‘지금 온다고?’

‘거기 딱 기다려요.’









-


1년 전, 작은 지역 대회.


- 너 그럴 거면 육상 때려쳐.

동메달. 그것도 매 번 단 한 번의 오차도 없이 1등도 2등도, 그렇다고 메달도 없는 4등도 아니라 어중간한 3등.

- 제대로 연습 하는 거 맞아? 어떻게 매 번 동메달이니?
- 죄송합니다.
- 너 그렇게 해선 지방 체대도 힘들어. 이런 작은 대회에서도 이러는데 큰 경기에선 어떻겠니? 선수 생활은 꿈도 꾸지 마라.

쾅. 선수실 문이 닫히고 동메달인 정국이 해야 하는 말은 소감 한 마디가 아니라 사죄와 반성이었다. 땀 냄새 가득한 선수실 안에서 축축한 수건을 목에 걸치고 정국의 캐비닛으로 향했다. 몸에 달라 붙은 옷들을 벗어내고 박시한 검은 무지 티로 갈아 입었다. 다른 선수들처럼 샤워실에서 씻고 나갈 생각보단 한 시라도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대회장 문 앞에서 모여 있는 코치들 사이 제 코치 앞에 걸어가 인사했다.

- 먼저 가 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고생 많았지. 오늘은 푹 쉬어라. 속상해 하지마라.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이런 흔한 위로 같은 것을 기대하지도, 마지막이 언제였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큰 길 도로에 나와 제 앞을 지나가는 택시를 지나 보내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택시 한 번 타기 힘든 얇은 제 지갑과 메달을 신경질적으로 가방에 구겨 넣었다.

버스에 올라타 혹여나 제 땀 냄새에 누군가 미간을 찌푸릴까 최대한 구석 창가에 기대어 앉았다.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작은 진동.


‘대회는 끝났니?’

‘수고했다.’

‘몸 조심하고 푹 쉬어.’


사람 적은 버스 안, 흔들리던 버스는 신호등 앞에 멈추었지만정국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네.’

‘어머니도요.’


다음 날, 트랙 위. 몇 바퀴 째인지는 잊어 버린지 오래였다. 흐려진 초점과 거칠어 지는 숨결. 울리는 진동, 코치님의 문자.


‘네가 만족하는 만큼 돌고 들어와라.’


하늘에선 여름의 끝을 알리려는 듯 비가 한 방울씩 떨어졌다.


- 아.


쉴새없이 달리던 정국의 발목이 뒷틀려 넘어졌다.


더이상은 도저히 못하겠어. 이젠 못 하겠다고. 이 정도면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오히려 포기하는 게 더 현명할 지 몰라.


성취보단 성공. 2등보단 1등. 


네가 연습을 안 했으니까 그대로인 거야. 노력은 배신하지 않지. 네가 노력을 안 했으니까 그런 거야. 네가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정국의 정수리부터 귀 아래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서? 그래서 정말 포기 할 거 아니잖아. 유지하는 것도 힘든 거야. 잘한 거야. 최선을 다 했으면 그게 노력한 거야. 넌 알고 있잖아. 적어도 너만큼은 널 배신하면 안 되지.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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