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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난 금메달 아니면 취급 안 해. 02

15학번 박지민이 꺼지라 했다고 전해.

대회 경력으로 여차저차해서 명문대 축에 속하는 체대에 입학하게 되어 누구는 군대 갈 준비, 누구는 성인 됐다고 밤 12시 이전에 들어가는 법 없이 놀고 있었다. 신입생 첫 술자리로 선배들까지 모이는 것이니 나중에 똥군기 잡히기 싫으면 참석하는 게 현명하기 마련이라 정국은 그 속에서 조용히 몇 잔 들이키고 있었다.


- 야 근데 너네 그거 아냐? 우리 엠티 숙소 무용과랑 같은 건물이라는데.


대부분이 남자인 육상부에선 대부분이 여자인 무용과에 기대감 넘쳐선,


- 예쁘냐?

- 너보단 예쁘겠지 새꺄.

- 나 기대한다? 어?


뭐 어떻게라도 해 보겠다는 듯이 눈망울 초롱초롱하게 뜬 채로 무용과 아는 애 있는 애 없냐며 주변을 집중시켰다.


- 됐고 여기서 인재 특별 전형으로 입학한 새끼 있다며, 누구야.

- 그거 아마 전정국이요.


가장자리에 앉아 비운 맥주 잔에 홀로 잔을 채우던 정국에 눈길이 쏠렸다.


- 전정국?

- 네?


대부분 반쯤 술에 취해선 조금 풀린 눈들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부담스럽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 저 먼저 일어 나겠습니다.

- 야 2차 가야지!


우락부락한 남정네들이 뒤따라 오는 걸 간신히 도망치고 지하나 다름 없는 반지하 자취방에 드러 누웠다. 여자고 뭐고 관심 없던 건 오래 됐다. 연애할 생각도 없고 오로지 금메달 하나 바라보았다. 


엠티 당일, 아마 모든 학생들 중 가장 적은 짐을 가져온 듯 백팩 하나에 모든 물건들을 담아 제일 먼저 도착했다. 뒤따라 묵직한 캐리어를 끌고 오는 친구가 정국의 어깨를 툭 쳤다.


- 너 그게 다냐?

- 어.

- 뭐 들었는데.

- 옷. 속옷. 치약. 칫솔. 면도기. 

- 끝?


- 아, 검은 양말도.


- 대단하다 너도. 여자한테 관심 진짜 없구나 

- 이성 간의 사랑에 관심 없는 건 아닌데, 그냥 아직.. 지금 그럴 땐 아닌 것 같아서.

- 그래 어련하시겠어.



엠티하면 술판. 술판하면 개판. 거즘 서바이벌과 같은 상황이이루어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딱 30분이면 충분하다. 도착하자마자 짐 풀기에 바쁜 와중에도 저녁에 무용과 애들 컨택 하자는 선배들 때문에 주변이 시끄러웠다.


- 여기서 제일 잘생긴 애 하나가 가 봐.


신입생들은 서로 눈치만 보다가 결국 한 쪽으로 눈길이 쏠렸다.


- 전 싫ㅅ..

- 네! 얘가 간대요 선배.

- 내가 언제!

- 너 미쳤냐? 싫다고 하려고 했지.

- 당연하지.

- 너 그러다 진짜 아작 난다. 사회성 좀 길러라. 눈치라도 있던가.

- 됐고 그럼 네가 대답했으니까 네가 해결해.

- 너무 하잖아.

- 내가 할 말이지 인마.

- 네가 얼굴 마담 해 준다 생각하고 좀 갔다 와..


티격태격 말싸움 중 찾은 타협점.


- 같이 가는 걸로 해.

- 대신 네가 앞장 서.


건물 5층이랬지? 어, 5층 싹 다. 우락부락한 사내 둘이 올라가 바로 앞에 있는 501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 누구세요.

- 체대에서 왔는데요!

- 잠시만요.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본인의 반절만 할 것 같은 작은 남성이 나와 뒷걸음질 친 정국이었다.

- 네, 그래서요.

- 네?

- 하실 말씀 하세요.

- 아.. 사실 저희도 심부름 온 건데요. 저녁에 무용과 분들 저희랑 합숙 하실, 아니 합숙이 아니라, 같이 술 한 잔, 아, 이게아니라..

- 신입생이죠.

- 네.

- 거기 선배한테 전하세요. 15학번 박지민이 꺼지라고 했다고. 한 번 더 찾아 오면 신고하라는 걸로 알게요. 그럼.


쾅. 문이 닫히고 서로 눈빛을 교환하다 정국이 먼저 발걸음을떼었다.


- 난 최선을 다 했어.

- 그런 것 같더라. 네가 긴장하는 것도 보고.

- 내가 언제 긴장을 했다고, 허.

- 방금.

- 안 했거든?

- 아 됐어 우리 이제 어떡하냐? 엄청 깨질 것 같은데.

- 네가 다시 찾아가서 매달려 보던지. 무슨 여자에 발정난 것도 아니고, 거절 당했다고 하면 수긍하겠지.


귀찮게 이런 심부름이나 시키고 말이야. 쿵쿵쿵. 계단이 울리도록 걸어 내려가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곤 말했다.


- 15학번 박지민이란 사람이 꺼지라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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