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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내 기억 속에 살아 있어요_에필로그

이번 생엔 좋은 추억 많이 쌓아요.







‘일제 강점기, 독립군으로서.. 치직, 작은 단칸방 속 숨진 채 발견 되어.. 치직, 오늘 날씨입니다..치직, 외출은 다소.. 치직.’











역사 박물관 한 켠에 자리 잡은 사진관. 유리 관과 ‘만지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낡은 일제식 카메라에서 발견된 사진 한 장이 인화된 채 군데 군데가 노랗게 색이 바래고 구겨져 있었다. 복구 작업으로 누더기를 걷어 내고 간신히 형체를 찾은 사진. 독립군으로 추정되는 이 학생은 누굴 보았을까, 이 사진을 찍은 건 누구였을까 많은 추궁들 중 그 무엇도, 아무도 알 지 못하였다.


















정국은 깊고 깊은 아득한, 영원히 깨어나지 못 할 것 같은 꿈 속 어딘가를 휘저어 다니고 있었다.




- 형, 혀엉, 형.


간신히 붙잡힌 지민의 손을 세게 부여잡았다. 


- 우리 드디어, 만났어요.


꼭 껴 안은 채 지민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우리 이대로, 이렇게. 다시는 더이상은 떨어지고 싶지 않아요. 









눈 뜨면 사라지는 환상이라도 놓치지 않을래 

never ever never ever


꿈에서 깨지 않을래 baby 영원토록


- 레드벨벳의 Kingdom come 중에서.

























- 하아.. 하, 무슨 꿈이 이렇게,







- 생생해.




악몽을 꾼 바람에 식은 땀을 흘리며 일어난 적은 있다지만, 이렇게 잠에서 울며 깨어난 적은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2018년, 봄의 시작을 알리던 날.







그 아이를 처음 본 건 새 학년 입학식 날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눈이 심히 부어 감긴 것과 다름 없이 등교했던 아이. 놀라울 정도로 꿈 속 그 아이와 닮아 가슴이 거세게 뛰었다. 방송실 카메라를 목에 매고 입학식날 학생들의 모습을 찍는 담당이었던 지민이 셔터를 눌렀다. 


너의 이름도 그 무엇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흐릿하게 남은형상 하나가 맴돌았고, 그것과 너무나 똑같았던, 내 품에서 울던 너의 모습이, 확실하진 않지만 네가 맞는 것 같아. 억지로 너를 울리고 싶을 정도로 확인하고 싶다. 정말 맞다면, 왜 하필 너였을까. 확신없는 의문 뿐.



교장 선생님의 훈계 말씀을 들으며 학교 교칙을 읽던 아이. 어렴풋이 내 꿈 속 그 아이와 닮은 정국에게 계속해서 눈이 갔다. 나중에서야 방송실 선생님께 제대로 찍지 않았다며 혼이 나긴 했지만. 정말 네가 그 꿈 속 아이가 맞다면, 맞다면 너도 그걸 알고 있을까. 그저 나의 일방적인 좇음에 생겨난 꿈 한 조각에 불과한 걸까. 너는 누구일까. 왜 굳이 너였을까. 정말 맞다면 알아채 줘. 기억해 줘. 그 꿈을 잊어 버리지 말아줘.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던 날, 


‘그 사람이다.’


지민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 갑자기 그렇게 똑바로 쳐다 보기에 그렇게 두꺼운 낯짝이 되진 못해서. 나를 알아 보는 걸까. 너도 나와 같은 그 꿈을 꿨던 걸까. 나를 기억하는 걸까. 나만 이런 걸까. 




‘왠지 모르게 그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처음 지민의 일방적인 시선이 이젠 되돌아 지민에게 오고 있었다. 아주 부담스러울 정도로. 어딜 가든 마주칠 때마다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민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얼까, 이건. 당신은 정답을 알고 있을까요. 그냥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 뿐일까요. 나 혼자만 이렇게 복잡해서 이런 걱정까지 하고 있는 걸까요, 당신에게 나는그냥 처음 보는 사람에 불과한 걸까요.




늘 목에 카메라를 걸고 다니며 방송실을 들락거리는 걸 보니 방송부 선배인 것 같아, 괜히 방송실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내가 먼저 말 걸면 당황할까.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나 혼자 꾼 꿈이 아니라면, 혹여나 당신에겐 이 꿈이 이미 기억에서 잊힌 꿈일까 봐. 나만 이렇게 옭아매고 있는 것 일까 봐 조금,아주 많이 두렵습니다. 






‘2018 방송부 임원 모집’

엔지니어,아나운서,작가 부문을 모집합니다.


내가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 건 이 것 뿐이겠지. 사실 꿈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컴퓨터만 만지던 정국은 엔지니어에 신청서를 냈다. 면접 일시 날, 방송부 고참 지민이 기다리는 방송실 방음문을 열었다. 녹음실 한 가운데 앉아 정국을 본 지민은 놀란 듯 눈을 떼지 못했다. 


‘네가 왜 여길.’


먼저 입을 열은 건 방송부 담당 선생님이었다.


- 엔지니어 신청했네, 기계 좋아해?


한 마디 하기 바쁘게 울리는 전화에 일어선 선생님은 그대로 녹음실 방음문을 여닫았다. 단둘이 남은 녹음실 가운데, 정국의 시선은 줄곧 한 군데를 향했고 지민은 애꿎은 신청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이 전정국이었구나.


- 저기 혹시,

- 저 혹시,


용기내어 꺼낸 말이 겹치자 상기된 볼과 함께 알 수 없는 창피함에 지민은 눈을 질끈 감고 종이가 구겨지도록 세게 주먹 쥐었다.


- 먼저 말씀하세요.

- 아니 아니, 너 먼저 말 해.


아.. 그럼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응. 제게 향한 정국의 곧은 시선에 심장이 두근거려왔다.


- 미친 놈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 어, 응. 괜찮아.

- ..저 기억하세요? 벌써 며칠도 더 된 꿈이라 잊어 버리셨을 수도 있는데,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거든요.. 


물줄기가 막힌 강가에 바위 틈 사이로 흘러 내려가던 시냇물이 결국 바위를 깎고 폭포수가 되어 내리듯 지민의 갈증이 해소되는 순간에 서로를 응시했다.


- ..나도 하나 물어봐도 될까.

- 네.

- 넌 누구길래..! 아니, 우린 도대체 전생에 누구였길래, 어떤 일을 했길래.. 이렇게 널 보기만 해도 날 정신없게 만들까. 도대체 넌, 누구야? 

- 글쎄요.. 저는, 전정국인데요.


왜 두근 거리는 걸까, 왜 숨이 가빠지고 부끄러워 지는 걸까. 그저 서로 바라 보기만 할 뿐인데. 혹시 이게 내 사주인 걸까.그런 미신이라 하는 것들이 정말 다 진짜인 걸까. 아니면 네가 내 운명이라도 되는 걸까. 왜 우리는 이런 첫 만남에서 서로를 이렇게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걸까.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매여 터질 것만 같다.


정국의 눈에서 왈칵 터진 눈물에, 정국은 놀라 셔츠 소매로 눈가를 닦기 바빴다. 눈물샘이 고장이라도 났나 왜 이래, 지금 하필 이 사람 앞에서. 두 손으로 눈가를 닦는데 갑자기 따스함이 느껴졌다. 주마등처럼 다시 생생히 기억을 스치는 꿈 속 장면과 매우 비슷해 보였다. 정국은 팔을 벌려 지민의 등과 머리를 쓰다 듬으며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왜 울고 있는지, 이 꿈을 왜 꾸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당신을 위해 달려 왔어요. 이유를 찾을 때까진 놓지 않을래요. 떨어지지 않을래요.


- 형, 혀엉, 형.


- 우리 드디어, 만났어요.

















이게 꿈이라면 영원토록 깨지 않을래요. 

이게 환상 속이라도, 당신이 내가 만들어 낸 신기루라 해도 영원히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도 그렇다고 말해 주세요.


















네.. 이거슨 전생물이 함유된 에필로그입니다.....



오타 지적&피드백은 매우.. 아주..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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