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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짐] 형이라고 해 줄 때 사귀자고요 아저씨.

말이면 다냐


처음 만났던 건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예전이었다. 주말, 집에 가만히 누워 휴식을 취하던 윤기의 집 비밀번호를 노크도 없이 누르고 들어와 제 머리카락을 휘날리던 지민. 19년 유지하던 흑발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성인되더니 베이비 핑크로 탈색해선 윤기 앞에 섰다. 


- 갑자기 분홍?

- 남자는 분홍이죠.

- 예쁘다.

- 내가 원래 좀 예뻐요.

- 아니 머리..

- 예쁘면 사귈래요?

- 아니.

- 왜요.

- 나 스물 아홉이야.

- 그런데요.

- 만날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날 만나냐, 이제 스물인 애가. 


박지민 또 저러네. 애가 헤픈 건지 순진한 건지. 몇 년 째 툭하면 저 사귀자는 말을 어떻게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할 수 있지.


- 나 만나요 형, 진짜 아저씨 되기 전에. 뒤늦게 그 때 가서 매달려도 안 만나 줘요.

- 진심이야?

- 난 늘 진심이었는데.

-

- 좋아해요. 현재완료 진행형이에요.

- 그래 수능 잘 봐서 좋겠다.


햇빛이 내리 쬐고 까치집 지어진 머리칼에 부은 눈 그리고 츄리닝. 정말 고백 받기 좋은 날이다 오늘.














- 도둑놈. 미친놈. 개새끼.

- 조용히 해 인마.

- 뭐? 몇 살? 스물? 너 진짜 양심있냐?


서류 정리하던 중 윤기의 휴대폰에 뜬 카카오톡 알림을 우연히 본 회사 동료가 애인 생겼냐며 호들갑 떨면서 왜 말 안 했냐, 네가 연애 하는 걸 보고 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래저래 난리다가 몇 살이냐는 말에 스물이라 하자 다짜고짜 욕부터 내뱉었다. 


- 이름은 또 뭐야 안 어울리게, 애칭이 귀염둥이가 뭐냐.

- 내가 저장 안 했어 얘가 했지. 난 그 단어 입에 담아 본 적도 없어.

- 그럼 더 쓰레기네, 이 민쓰레기. 넌 한 아이의 청춘을 짓밟았어.

- 그 건 내가 할 말이지. 너 얘 몰라? 

- 누군데, 이름을 귀염둥이라고 해 놓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

- 얘 지민이야.

- 그니까, 네가, 연애한다는 사람이..

- 어, 네가 생각하는 그 박지민이야.














윤기의 대학시절 모든 미팅을 모두 망쳐 버린 장 본인. 


태어나 처음 해 보는 미팅 자리,


- 어, 지민아! 네가 여기까지 어떻게 알고 왔어.

- 삼촌, 숙모가 당장 집에 안 들어오면 이 번엔 진짜 끝인 줄 알래요.

- 어..? 


무슨 소리야 이게.


- 숙모 지금 윤지 이유식 먹이고 계셔서 제가 대신 왔어요, 오늘 삼촌 집에서 제가 윤지랑 놀았거든요.

- 윤기 씨, 결혼하셨어요?

- 네? 아니요? 지민아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지금.

- 흐에엥 삼촌이 또 나 잊어버렸나 봐요 어떡해요. 누나 저희 삼촌이 단기 기억상실증이 있어요.. 우리 삼촌 어떡해요ㅠㅠㅠ 삼촌 저 지민이에요 지민이. 삼촌 조카 지민이라구요.

- 아니 이게 무슨, 허, 저희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 아니, 저기, 저기요..!


힘들게 잡은 4대4 미팅에서 지민의 말에 상대 네 명 모두 자리를 뜨고 윤기를 제외한 세 명이 윤기를 노려 보며 이를 갈았다.


- 민윤기 너 이 새끼 뭐하는 놈이야. 결혼했어? 이 새끼가 진짜 애도 있는 놈이 여길 기어 나와?

- 야 이거 네가 나한테 간청해서 내가 그냥 어쩔 수 없이..!

- 말아 먹어도 모자랄 천하의 나쁜 놈. 집에 가서 애 보진 못할 망정 어후.

- 아니, 아니라고, 야! 지민아 빨리 다시 말해.

- 삼촌 빨리 집에 가요. 숙모가 기다리신다니까요.


윤기와 지민을 제외한 모두가 장소를 뜨자 울먹거리던 지민의 표정이 순식간에 돌변하여 윤기의 맞은 편에 앉아 물 한 잔을 들이켰다. 


- 박지민 너 뭐야 어떻게 알고 왔어.

- 어떻게 알고 오긴요. 알아서 잘 왔죠. 그러게 누가 우리 학교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래요?

- 멀쩡한 총각 한 순간에 유부남에 바람핀 나쁜 놈 만들어 놓으면 어떡해.

- 과팅이든 미팅이든 뭐든 내가 하지 말라고 분명 난 말했잖아요.

- 아니 내가 왜. 지민아 그래도 이 건 아니야.

- 됐어요. 내 마음이에요.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눈에 띄기만 해요 아주.




그 다음은 지민이 다니는 학교에서 정말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장소를 잡았지만,


- 안녕하세요 **학번 민윤기입니다.

- 형..! 여기 있었어? 선생님이 형 데려 오라셔. 빨리 가자 형. 여기서 뭐하는 거야.

- 박지민, 너 또 여기 어떻게 왔어..!

- 죄송해요, 저희 친 형인데 고3이거든요. 수능 망치고 대학 떨어져서 그 이후로 정신이 많이 오락가락해요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형 빨리 따라와요. 

- 이젠 허언증 걸린 미성년자 역할이야?








이 번엔 기필코 지민이 올 수 없는 곳에서 하리라, 카페나 음식점 같은 곳은 이제 포기한 지 오래. 첫 만남부터 클럽에서 하자는 제안에 운 좋게 상대 분들도 승락하고 클럽에 시끄러운 음악 아래 앉아 웃음꽃 펴 있는데 윤기 휴대폰으로 전송된 문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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