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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내가 널 좋아할리가 02

정국의 시선 : 무례함과 솔직함 사이



“정국아 안녕”
“네.”
“여전하네.”

나는 말이 없다.

“야 정국아 미팅 할래? 3대3인데 경영학과야! ”
“싫어요.”

그리고 거절이 빠르다.


입학 첫날부터 이러진 않았다. 엠티 때, 정국이 가장 고참인 선배의 술을 거절했을 때가 시작이었다.


“새내기들은 모두 한 사발씩 들이키고 시작하는 거야~”
“사양하겠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아~ 그러라고 엠티 오고 그러지~”
“안 마시겠습니다. 의무는 아니니까요.”

선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자 주변 다른 선배들이 눈치보며 정국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너 좀 생겼다.”
“...”
“아니, 이렇게 보니까 너 좀 생긴 것 같아서.”
“...”
“그래서 지금 얼굴값 하는거냐? 이거 싸가지가..”

술김에 달아오른 선배를 정국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꾹 다문 채 쳐다보았다. 정국은 술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자리에서 좋아하는 안주와 함께 적당히 마시는 술을, 좋아한다. 처음보는 사람들과 보온 시설도 잘 되지 않는 이 곳에서 안주도 없이 무식하게 폭탄으로 더럽게 말아제낀 사발을 들이키는 것은 원치 않는단 말이었다. 선배가 씩씩거리며 다른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애가 융통성이 없는 거니?”
“그거 좀 받기라도 하면 어디가 뭐 어때?”

잘생긴 얼굴. 큰 키. 체육교육과라 뒤지지 않는 체격. 그런 정국을 모두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잠시 30분도 안 돼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기 바쁘다. 그렇기 때문에 정국은 단 30분으로 친구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름할 수 있다. 결국 채에 걸러져 남는 사람은 남기 때문에.

“정국아 너는 왜 여기로 왔냐.”

분위기가 싸해진 틈에 정국의 옆에 앉아있던 선배가 정국의 팔에 제 몸을 기대어 말을 붙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 다녀서요.”
“누군데? 누군데?”
“있어요.”
“아 누군데, 내가 아는 애면 도와줄게.”
“그 사람은 제가 좋아하는 지 모를 걸요.”
“그러니까 누구냐고.”
“무용 동아리 선배예요.”
“야! 내 친구 중에 댄스 동아리 애 있는데. 댄스 동아리랑 무용 동아리 연습실 같이 쓴다는데. 어때. 어? 싫어?”
“아니요.”

댄스 동아리. 체교과를 다니면서 춤을 추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학교의 댄스 동아리는 소위 망해가는 추세에 신입이 없어 골 썩던 찰나라 정국의 춤 실력은 어찌되든 신경도 쓰지 않고 들였다. 동아리 방에 있을 때면 그 선배를 볼 수 있었다. 무용 동아리의
그 선배를 거울을 통해 힐끗거렸다.

‘여전하네,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저 말을 줄일 뿐이다. 거짓말을 못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말들을 삼가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그렇기에 남들이 보는 나는 말이 없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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